[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영상을 보는지 모르실 겁니다

입력 2023-07-14 18:39   수정 2023-07-15 00:55

아동·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사용에 대해 세계 각국이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최근 소셜미디어가 지나친 비교, 괴롭힘과 혐오 등을 불러일으켜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기술 기업과 부모 등에게 즉시 보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네덜란드는 내년 1월부터 학교에서 휴대전화,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이미 학교 교실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핀란드도 청소년 보호 조치의 하나로 학교 내 스마트 기기 사용 금지 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독일에서 <우리 자녀를 잃고 있다(Wir verlieren unsere Kinder)>라는 책이 화제다. 지난 5월 초 서점에 선보인 이후 8주 넘게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 목록에 올라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에 있는 한 학교 교장이면서 디지털 세계에서의 윤리와 민주적 가치를 옹호하고 가르치는 질케 뮐러는 아동·청소년 온라인 채팅방에서 일어나는 믿기 어려운 일들을 공개하면서 일상화한 폭력과 차별 그리고 혐오가 우리 자녀들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끌고 있다고 폭로한다.

어른 대부분은 아동·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중독을 우려하면서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사실은 그들이 어떤 콘텐츠에 몰입하고 소비하는가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아이들이 점점 더 잔인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화상 통화를 하면서 남자친구가 자위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14세 소녀는 다음날 인터넷에 동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성인 남성과 채팅하면서 변태적이고 음란한 생각을 마구 퍼뜨리는 12살 소녀도 있습니다. 한 채팅방에서 벌어진 챌린지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누가 가장 먼저 발기한 남성의 성기 사진을 올리는가였습니다!” 책은 동물 학대 영상부터 시작해 전쟁 범죄 영상, 그리고 각종 추잡한 성폭력 이미지를 아무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 아동·청소년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한다.

저자는 자녀들의 온라인 세계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끔찍하다고 전하며, 이런 자극적인 미디어는 자녀들의 마음과 영혼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디지털 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얻은 정보를 올바르게 조합하고 해석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 교사, 정치인 등 어른이 먼저 앞장서 현대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미디어 교육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자녀들을 영영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른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기 자녀와 동행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녀뿐 아니라 모든 아동 청소년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가 어른으로서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학교 교장 선생님의 진심 어린 조언이 제법 묵직하게 느껴진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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